진짜 잘하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싶다.
원하는 삶을 진짜로 살고 싶다면 이들처럼
스탠드포인트 2025년 9월호 ‘욕심’ 편에 실린 아티클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한 호에는 여러 아티클이 함께 실리지만, 매거진 홈페이지에는 하나의 아티클만 공개됩니다. 전체는 실물 매거진과 e-book으로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이상하죠. 자기가 원하는 걸 부끄러움 없이 원하고 결국 쟁취하는 여자들을 보면 왜 이렇게 마음이 끌릴까요. 대학 시절의 저는 남들이 저를 싫어하는 게 무서웠는데, 20대의 끝자락을 지나는 지금은 그보다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는 말이 더 무서워요.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눈총을 받는다는 건 그래도 적어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오늘은 눈치나 세상이 정한 기준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듯,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싶다’고 외치는 캐릭터 4명을 소개합니다. 무기력함이 스멀스멀 밀려올 때쯤 스탠드포인터의 열정에 불을 지펴줄 여자들입니다. (p.s. 모두 저의 최애 콘텐츠들!)
뭐부터 읽을래요?
- 일하기 싫어 죽겠는데 기어코 내 분야에서 압도적인 최고가 되고 싶다 → 미주
- 지금은 원치 않는 곳에 서 있지만, 그렇다고 대충 시간만 때우는 시시한 인간은 되기 싫다 → 에츠코
- 사랑, 우정, 커리어, 심지어 내 취향의 구두까지 무엇 하나 포기 안 하고 다 가질 거다 → 캐리
- '너무 늦었다'는 세상의 마감 기한 따위 무시할래. 내 페이스대로 살아남겠다 → 라이자
LEVEL 1. 내가 세상에서 번역 제일 잘할 거야
<RUN ON>의 오미주
새벽 3시,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진 채 카페와 집을 전전하며 밤낮이 바뀐 채 일하는 외화 번역가 미주.

“진짜 잘하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싶다. 원래도 잘했지만 정말 최고로 더 잘하고 싶다. 파이팅.”
네. 저는 일하기 싫을 때 미주가 나오는 유튜브 클립을 슬쩍 봅니다. 그 정도로 영화 번역가 일을 하는 미주는 무엇보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너무 사랑해서 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
영화가 좋아서 전공까지 했지만 결국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그 커리어를 위해 크고 작은 자존심 상하는 일들도 기꺼이 견뎌냅니다. (이 드라마 진짜 좋은데. 적어도 5번은 본 것 같은데. 스탠드포인터도 봐 줬으면 좋겠는데.)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에 어떤 대사가 있었는데 그게 엄청 위로가 됐거든요. 근데 자막이 없으면 그게 내가 무슨 말인지 몰랐을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놔 주는 저 사람은 누굴까’ ‘아, 나도 저런거 하고 싶다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죽어라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진짜 이렇게 됐네?
미주가 자기 자리에서 최고를 꿈꾼다면, 런웨이를 꿈꾸며 사무실 구석에서 혼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여자도 있습니다.
LEVEL 2. 아직 원하는 곳에 못 갔어도 최선을 다할 거야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반짝반짝한 패션 잡지 ‘랏시’의 에디터를 꿈꾸던 코노 에츠코가 출판사의 가장 뒤편, 교열부에 배정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제 첫 '일드'였는데,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에츠코의 일상을 구경하는 게 얼마나 흥미진진하던지. 글자 한 자 틀린 게 있는지 깨알같이 체크하는 일이 에츠코에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원치 않는 곳에 있다고 해서 대충 시간만 때우는 건, 내 인생에 너무 미안하잖아."
자기가 원하는 자리가 아닐지라도, 지금 딛고 선 땅에서 온통 자기만의 색깔로 빛을 내는 그녀의 욕심은 눈이 부십니다. 10부작이라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제 큰 무대인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봅시다. 자기가 원하는 취향과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월세쯤은 가볍게 베팅해 버리는 언니를 만나러!
LEVEL 3. 뉴욕에서 사랑 커리어 우정 다 쟁취할 거야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
'뉴욕 스타(The New York Star)'에 주 1회 'Sex and the City'라는 연애 칼럼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 캐리. 마놀로 블라닉 구두 한 켤레에 월세를 털어 넣으면서도 ‘나는 이게 좋은 걸 어떡해’라네요.
네, 판타지 맞아요. 그런데 그 판타지를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사는 데서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다니까요.
"사실 싱글 여성의 길을 걷는 건 참 힘들어요. 그래서 가끔은 걷는 걸 좀 더 즐겁게 해줄 아주 특별한 신발이 필요한 법이죠."

이 TV 시리즈는 2000년대의 돌풍과도 같았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통째로 바꿔 놨죠. 뉴요커 캐리의 고집불통스러운 선택 때문에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답니다(ex. 아니 저 남자가 뭐로 보나 더 나은데 왜 자꾸 최악의 전남친한테 돌아가지?).
그런데 누군가를 그토록 못 견디게 만든다는 건, 캐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자기 삶이 있다는 뜻. 캐리는 제 맘속 욕심도 하나 끄집어내 줬습니다.
나도 저렇게 사랑하는 도시에서 내 글 쓰면서 살고 싶다. 제일 친한 친구들이랑 각자 최고의 세상에 살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들 공유하면서 살고 싶다. 될까, 안 될까? 모르겠다. 안 되면 돌아오지 뭐. 일단 해보자!
그런데요. 내 일에 미치고, 내 취향에 당당한 것보다 진짜 무서운 욕심은 따로 있다네요. 바로 ‘세상이 정한 마감 시간’마저 가볍게 이겨내 버리는 욕심!
LEVEL 4. 누가 나 마흔 살이래? 내가 내 나이 정할 거야
<영거(Younger)>의 라이자 밀러
저 마흔 살 아닌데요? 스물여섯 살인데요. 이혼 후 라이자는 출판계로 돌아가려 하지만 문은 번번이 닫힙니다. 이유는 언제나 나이. 그래서 결심해요. 나이를 열네 살 지워버리겠다고. 스물여섯인 척. 그렇게 출판사에 비서로 입사합니다.
세상은 나이로 차별해. 그게 안 바뀌는 한, 난 규칙대로는 못 놀아.

이 욕심은 좀 선을 넘지 않았냐고요? 그런데도 저는 '너무 늦었다'는 말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이 사람이 자꾸 좋아졌어요. 원래 라이자의 하루는 어땠냐면요.
이혼 전, 라이자의 하루 일과 routine . . .
- 작은 마당 딸린 근교 조용한 집
- 익숙한 집안일로 하루를 보내다가
- 동네 여자들과 옹기종기 모여 독서모임
- 사춘기 외동딸 하교하면 수다 떨기
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세계는 '이혼'으로 갑작스럽게 멈춰 버립니다. 라이자는 돈을 벌기 위해 맨해튼의 출판사에 입사해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라이자의 이 거짓말은 앞선 세 캐릭터들의 '기어코 손에 넣겠어' 하는 욕심과는 달라요. 수익원이 없는 상태에서 딸을 키워야 하는, '일단 살아남아야 해'라는 생존 본능이 라이자를 거짓말로 이끈 거예요.
재미있는 건 하필 자기를 스물여섯으로 아는 동갑내기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것. 우리가 기다리던 것 이거잖아. 이제 라이자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거짓말 위에 서 있어요.
네 사람 모두 ‘원하는 걸 원한다’고 말하는 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커리어에서, 삶의 취향에서, 그리고 나이의 한계 앞에서조차도요. 욕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왠지 머쓱하다고요. 뭐 어때요, 누구는 나이도 열네 살 속이는데요.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꿈 하나쯤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꺼내 응원해 봐도 좋겠어요.
일단 저부터 외쳐 봅니다. 이 스탠드포인트 매거진, 세상 수많은 멋진 여성들로부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탠드포인터가 꿈을 현실로 쟁취하는 순간에 '스탠드포인트가 세상에 없었다면 세상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을 거야. 너무너무 감사하다!'라는 그 생각 해줬음 좋겠다. 흠. 방금 이 문장 쓰는데 살짝 눈물 날 뻔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