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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집? 진짜 인생?
- URL: https://www.yourstandpoint.com/sp-037/
- Published: 2026-08-12T11:06:36.000Z
- Updated: 2026-08-12T11:06:36.000Z
- Description: 스물아홉, 파리에서 '진짜 삶'이 찾아왔다.
- Author: Jungeun Yoo
- Tags: 탐험일지

벌써 6년 차. 일상 브이로그를 꼬깃꼬깃 편집해 가며 유튜브에 업로드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생긴 변화**를 하나 말해 보자면요. 화면 밖 누군가에게 제 24시간을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매일 무엇을 저녁으로 먹고, 어떤 영화를 고르고, 무슨 고민을 안고 있는지요.

그런데 훌쩍 파리로 바다 건너오고 나니, 이제는 카메라를 켜는 일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태엽을 돌려 감은 것처럼 제 몸과 마음이 **유튜브를 하기 전으로** 도르륵 원상복귀한 느낌이에요. 파리에 발 딛고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쳐내다 보니... 브이로그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프리랜서로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이곳에서의 하루는 대체로 서울에서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거리로 나가면…

- **아는 사람과 마주칠 일?** 전혀 없음.
- **거리에서 한국어로 아무 말이나 해도 알아듣는 사람?** 아무도 없음.
- **내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 사람?** 노바디.

카메라를 잘 켜지 않으니 제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도 비행기로 12시간을 날아와야 제 방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삶이 어마어마하게 프라이빗해졌습니다.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210.jpg)

### 이게 좋냐 싫냐 물어보신다면. 

정말 좋습니다! 지금까지는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일상을 6년 만에 가져보는 기분이에요. 써놓고 보니까 무슨 대단한 연예인이 할 법한 말 같네요. 하지만 이 매거진에서는 제일 솔직해지고 싶으니까요. **일상이 콘텐츠가 된다는 것**은 재밌고 신나는 일이지만 가끔은 지치기도 합니다. 피로가 쌓인 줄도 몰랐는데 이곳에서의 개인적인 삶이 시작되니 이제야 그간의 피곤함을 알아차리고 바라볼 여력이 생겼습니다.

### 그리고 혼자 외치는 것

재밌는 점은. **"와 이 삶 진짜 같다!"** 라는 말을 요즘 제가 하고 있다는 거예요. 카메라 안 켜면 아무도 안 들어주니까 허공에 대고

**그래, 진짜 내 삶! 이거 진짜야.** 

한국은 모두가 잠들어 있을, 파리 시각 오후 6시가 넘어가면 더더욱이요. 왜일까요.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아서? 아무도 나에게 성가신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 시각이라서? 이곳 파리에서는 누구도 나를 알 리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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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라 케릴로스라는 이상한 세계

사실 이 질문들은 아주 잠시 저를 스쳤을 뿐, 낯선 삶의 방식이 주는 사적인 달콤함에 몸이 노곤노곤해졌답니다. 이 기분이 익숙해질 때쯤 니스로 2박 3일 짧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어떤 집을 만났어요.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171----------------.jpg)

100년 전 프랑스의 한 부유한 역사학자가 2,1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별장을 재현해 지은 곳이었죠. 건축, 인테리어는 물론 먼지 한 톨까지 비슷하게 만든 느낌. 심지어집 안 책상의 다리를 전부 세 개로만 제작했더라고요.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193.jpg)

'빌라 케릴로스' @Rue Gustave Eiffel, 06310 Beaulieu-sur-Mer, France

무슨 말이냐면. 고대 그리스 집은 바닥이 흙이라 울퉁불퉁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주로 가구 다리를 세 개로 만들었다네요(삼각대가 안 흔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 그런데 이 집은 바닥이 매끈매끈 대리석 모자이크라 흔들릴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도, 오직 고증을 위해 가구 다리를 3개로 만든 거죠.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214-3.jpg)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223.jpg)

마치 한옥의 마당처럼 주택의 가운데에 위치한 중정

### 그래서 왜 이 집이 기억에 남았다는 거야

끝내주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집의 서재를 거닐며 드는 묘한 이 기분. 흠. 아름답고 멋지고 바람 솔솔 불고 좋긴 한데… 이렇게까지 재현해도 이 사람은 진짜 고대 그리스 때의 삶을 못 사는 거라니 뭔가 아쉽다. 당시에 태어났다면 이렇게 재현하려 노력하지 않았어도 그게 일상이었을 텐데. 이 휘황찬란한 집도 결국 **진짜가 아니니까,** 다른 집을 똑같이 따라 만든 집이니까 슬프기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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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에서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스트레스를 녹이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파리로 돌아와서 그 집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니, 제가 무언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어요. 이 집을 만든 사람으로 살아본 적이 한 순간도 없으면서, 그 사람이 아쉬웠을 거라고 마음대로 정해버렸구나. **우리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해리포터 거리를 돌아다니며 마법 지팡이도 휘둘러 보고, 버터맥주도 한 잔 비운 뒤에, 그 공간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에 슬퍼하나요? 아니죠. 룰루랄라 재밌었다 정도일 뿐이잖아요.** 이 집주인에게도 그 집은 그런 것이었을 수 있었던 건데.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161.jpg)

이 집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영원히 알 수 없다면, 제가 하나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내' 마음. 제 마음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던 거예요.

1. 그 집을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고 생각한 것
2. 가짜는 왠지 아쉽지 하고 생각한 것

그렇담 제게 ‘진짜'라는 건 무엇일까요. 확실한 건, 그냥 겉모습을 똑같이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예요. 단순한 겉모습의 복제와 재현으로 이 집이 진짜 집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처럼요.

그러니까 제가 결국 무언가에서 진짜라는 감각을 받는 건, **그 안에 그게 존재해야만 하는 '필요'와 '이유'가 스며있을 때**인 것 같아요.

세 발 달린 가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고민 끝에 선택한 당대 최고의 정답이었겠지만 이제 그 답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넘어온 지 오래. 우리의 삶의 방식에는 네 발 달린 가구가 훨씬 조화로운데, **이유는 사라지고** 모양만 그대로 재현된 집에 저는 어쩔 수 없는 가짜의 느낌을 받아버렸던 것.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202.jpg)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IMG_9196-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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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삶은 진짜일까

진짜라는 것이 그 시절의 이유가 고스란히 스며있고 쓰임새를 갖춘 무언가라면, 아주 아주 사적인 지금 저의 파리 생활을 두고, 왜 저는 **이 삶 진짜 같다!** 하고 마음껏 외칠 수 있게 된 걸까요.

1. 언젠가 완성될 제 하나의 긴 삶에서, 지금 파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이 29살을 지나고 있는 저라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콘크리트 같은 재료**이기 때문일까요?
2. 아니면, **가짜였던, 그러니까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제 서울 라이프의 어떤 부분들을** 훌훌 털어내 버렸기 때문일까요.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내려놓고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그냥 사람 한 명으로 존재하는 시간. 스물아홉 여름을 지나는 저에게는 바로 그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그래서 지금이 진짜라고 느꼈나 봐요. 스탠드포인터에게 진짜 삶은 무엇이려나요.

![](https://storage.ghost.io/c/e4/ed/e4ed5d9d-d90f-4e3e-b7e3-b1b8c6e838e4/content/images/2026/08/-------------------------------2026-08-02--------------9.42.19.png)

260802 최성운의 사고실험 박시영 디자이너님 편을 들으며 했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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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누군가는 낭만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저에겐 가짜같았던 그 집. 그런데도 말도 못하게 아름다웠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니스에 들르는 여행자 스탠드포인터라면 이 '빌라 케릴로스'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해 보길!